암호는 덧글로 

'망상 > One-sho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짐] Snuff  (18) 2019.01.14
[국민] Knock  (2) 2016.07.16

 

 

 

 

 

 

" 살이 빠졌잖아, 지민아. 다시 찌우기 전까진 안돼. "

 

태형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지민은 뻔뻔하게 제 허리를 끌어안는 태형이 싫었다. 당장이라도 허리에 감긴 팔을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다음주에도 아이를 보러 갈 수 없었다. 얌전히 안겨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정답이었고 지민은 그렇게 해야만 했다. 태형이 안된다고 못을 박은 이상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민이 안된다는 태형에게 아이가 보고싶다고, 보여 달라고 울었던 날, 지민은 이제 다 포기하겠다고 애원하던 그날을 떠올려야만 했다. 건방지게 군 벌이라며 그 다음주에도 아이는 볼 수 없었다.

 

지민은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제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결국 옷을 벗겨냈지만 지민이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몸을 내주는 것뿐이었다. 가느다란 팔을 들어 태형을 끌어안으면서 지민은 아프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태형이 그 부탁을 들어줄지 지민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태형은 제 오메가를 가지고 놀다 울리는 걸 즐겼으니 매일 밤 지민이 아파하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김태형은 가학적인 섹스를 즐겼다. 피를 보고 숨이 넘어가라 울면서 아프다고 애원해도 태형이 만족하기 전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

 

 

 

" 오늘도 안돼? 벌써 세번이나 못 봤는데, "

 

오늘이면 한달인데, 한달이야. 태형아. 지민은 이제 다시 예전처럼 아이를 보지 못할 까봐 무서워졌다. 뭔가 더 말을 이어 가려다 태형의 표정이 굳는 걸 보고 지민은 그냥 입을 닫았고, 이제 제 비위를 맞추는 데는 도가 튼 것 같은 그 모습에 태형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지민은 조용히 다시 침대에 기어 올라가 몸을 웅크렸다. 울음을 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혹시 기분이 상했을까 제 눈치를 보는 지민이 너무 귀여워서 태형은 지민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 태형아.. 아픈 거 싫어.. "

 

멍 투성이인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는 알파를 지민은 밀어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망가진 손으로 옷자락을 붙잡고 싫다고 말하는 게 지민이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태형은 들은 척도 해주지 않았다. 태형은 피를 보고도 만족을 하지 못했고 지민이 견디다 못해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울고 나서야 니가 잘못한 게 어디 있냐며 지민을 달랬다. 하루도 울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매일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태형이 집에 없을 때조차 지민은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민은 이제 우는 게 지긋지긋했다.

 

 

 

*

 

 

 

나 말 잘 들었잖아. 살도 다시 찌웠고,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잖아. 지민은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면, 이제 못 봐? 안 보여줄 거야? 두 달이 다 되어서야 지민의 입에서 정답이 나왔다. 태형은 멍청하게 그걸 이제야 깨달은 제 오메가가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태형이 웃는 걸 보고 지민은 결국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뭐 잘못했어? 내가 뭐 잘못했지. 미안해. 내가 다 고칠게. 안그럴게. 뭐가 마음에 안 들어? 내가 다 고칠게. 잘못했어. 다 고칠게.

 

" 니가 너무 예뻐서 그래. 지민아. "

 

니가 너무 예뻐서. 태형은 저를 붙잡고 무너져 내리는 지민을 일으켜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이러지마. ? 태형아. 이러지마. 싫어. 이러지마.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내가 맨날 아프다고 울어서 그래? 안그럴게, 아프다고 안할게. 그만해 달라고도 안하고 시끄럽게 우는 것도 안할게. 이러지마. 이러지마. 이런 거 싫어. 다 나으면 보여주기로 했잖아. 갑자기 왜그래. 내가 다 미안해. 잘못했어. 이러지마. 태형은 지민이 울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만히 지민의 애원을 듣고만 있었다.

 

태형은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를 찾는 걸 보면서 조금씩 짜증이 났다. 박지민을 나눠 가져야 하는게 싫었고, 저를 싫어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눈에 다 보여서 태형은 더 이상 아이와의 만남을 참아줄 생각이 없었다. 박지민이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제 자신이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건 태형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쓰러진 지민을 품에 안고 태형은 한숨을 쉬었다. 지민이 아이를 찾을 때마다 태형은 역시 아이를 죽여버렸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걸 박지민만 모르는 것 같았다.

 

 

 

*

 

 

 

"..주영이 보고 싶어. "

 

지민아. 주영이 데려 와줘? 태형이 눈물이 가득 고인 지민의 눈가를 문지르며 물었다. 의도가 명백한 협박에 지민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작은 반항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지민은 곧 머리채가 잡힌 채로 다시 태형을 마주해야 했다. 주영이가 보고 싶어? 너는 못 나가니까 여기로 데려 와줄까? 주영이도 여기 묶여 있어야 니가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그래. 지민아. 나는 우리 딸이 잘 자랐으면 좋겠어. 너도 그렇잖아, 그치? 태형의 말이 길어졌다. 김태형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민은 서둘러 팔다리를 접어 몸을 웅크렸다.

 

" 멍청하게 굴지마. 지민아. "

 

화가 난 김태형은 무서웠다.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해주는 손길을 받으면서도 지민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안그럴거지? 하고 다시 묻는 말에 지민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의 멍청하게 굴지 말라는 말은 제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계속 김태형을 건드리면 곧 뺨을 맞고 바닥에 던져질 거라는 걸 지민은 경험으로 알았다. 지민은 태형을 이길 수 없었다. 어차피 모든 건 태형의 뜻대로 될 수 밖에 없었고 지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순순히 태형의 뜻을 따르거나, 태형의 화를 몸으로 다 받아내고 잘못했다고 우는 것뿐이었다.

 

" 이제 주영이 얘기는 하지 말자. 원래 그러기로 했잖아. "

 

대답해야지, 하고 저를 찍어 누르는 눈을 피하면서 지민은 겨우겨우 입을 열어 그러겠다고 말했다. 지민이 사그라지는 목소리로 원하는 대답을 하고 나서야 태형은 눈에 힘을 풀었다. 굳은 얼굴이 풀어지는 걸 보고서도 지민은 몸을 웅크린 채로 태형의 눈치를 봤다. 이제 아이는 만날 수 없었다. 울고 싶었지만 안그래도 화가 난 김태형을 자극하는 꼴이 될까봐 억지로 눈물을 참으면서 지민은 언제쯤 이 거지같은 인생이 끝날까 생각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늘에서야 종강을 했슴다...또 다시 반년만에 컬러...

 

 

 

 

 

'망상 > Col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뷔민] Purple  (47) 2020.01.25
[뷔민] Yellow  (18) 2018.06.21
[뷔민] Red  (28) 2018.01.04
[뷔민] Green  (7) 2017.07.10
[뷔민] Blue  (6) 2017.07.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