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누구야. 누가 줬어. "

 

말로 할 때 대답해. 지민아. 진통제를 들켰다. 모른다고 했지만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었다. 지민은 정말로 누가 준건지 몰랐지만 그런 대답은 제가 들어도 수상하기만 했다. 태형은 모른다고만 하는 제가 점점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 집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간 적 없는 박지민이 약을 직접 사왔을 리는 없고 제가 사다준 적도 없으니 남은 건 한 사람뿐이라고 태형은 생각했다. 약을 가져온 게 민윤기라면 문제는 심각해졌다. 아직도 제 사람들 중 윤기의 것이 섞여있다는 뜻이었고, 태형은 이제 지민을 믿지 않았다.

 

" 민윤기야? "

" 몰라.. 나 진짜 몰라서 그래. "

 

미안해. 진짜 몰라. 태형아, 진짜야. 한숨을 쉬며 제게 다가오던 김태형이, 지민이 그날 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그 뒤로는 눈이 가려졌다. 처음엔 모른다고 할 때마다 뺨을 맞았다. 손바닥은 곧 주먹이 되었고 지민이 뭐라던 태형은 애초에 지민을 믿지 않았다. 모른다는 말은 얼마 가지 못해 사라졌다. 지민은 피를 뱉어 내면서 잘못했다고 울었지만 태형이 원하던 답은 그게 아니었다. 잘못했다는 소리조차도 태형이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더 이상 하지 못했지만 태형은 말이 없는 지민에게 정신을 차리라며 화를 냈다.

 

 

08

정신을 놓은 오메가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정국은 몇 번이나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괜히 약 같은 걸 가져다 놓는 게 아니었다. 새벽녘에 운전 좀 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올라간 정국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널브러진 박지민을 볼 수 있었다. 김태형은 박지민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려 놓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몇 번째일지 모르겠는 담배를 태우면서 제가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나 낼 것 같다고 실소했다. 정국은 바닥에 다 쏟아져 있는 약통을 보고는 머리가 아팠다. 한숨을 쉬며 제가 가져다 둔거라고 말하자 태형은 그제야 담배를 끄고는 됐으니 병원에나 데려가보라며 웃었다.

 

박지민은 정말 많이 다쳤다. 고막이 찢어졌고, 뼈가 부러졌고, 장기를 다쳤다. 멀쩡한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정국은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국은 수술실 앞을 지켰고 나중엔 병실 앞을 지켰다. 박지민은 늘 아파했다. 정국은 태형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지민이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걸 단 한번도 보지 못했고, 몸에서 멍이 사라진 적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정국은 그저 작은 오메가 하나가 불쌍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국은 지민이 다친 게 전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09

" 약은 민윤기가 가져다 놓은 건 아니래. "

 

내가 좀 심하긴 했지만 너도 이해하잖아, 지민아. 내가 널 어떻게 믿겠어. 그렇지? 이제 막 깨어난 애를 붙잡고 태형은 되도 않는 합리화를 했는데 지민은 눈물이 가득 차오른 눈을 하고도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역시 박지민은 그냥 죽었어야 했다. 김태형은 제 욕심 때문에 지민을 살려두고는 모든 일을 지민의 탓으로 돌렸다. 정국은 배신감을 이유로 쓰레기같은 짓을 반복하는 김태형도, 죄책감 때문에 학대를 감내하는 박지민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민아. 피하지마. 나 상처받잖아.

 

응. 응..미안..미안해. 눈물을 닦아주려던 손을 피한 지민은 멍청하게 사과까지 했다. 겁에 질려 떨리던 몸은 태형이 가까이 가자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그걸 보고도 굳이 엉망인 얼굴에 손을 대는 태형을 정국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민은 그렇게 당하고도 또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를 반복하며 울었다. 다 망가진 손가락으로 태형을 붙잡고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정국은 그걸 보면서도 둘과 같은 공간에 있을 자신이 없어서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덧글 조아유..반응이 고프다...

'망상 > B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총] Bad B  (4) 2019.07.08
[짐총] Bad A  (13) 2019.07.07
[짐총] Bad 암호  (1) 2019.07.07

+ Recent posts